나비효과? 개가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나?(82)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서 퍼온 글이예요.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하나가 토네이도의 엄청난 폭풍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여실히 증명하는 사건이 또 벌어지고 말았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겠다는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인들의 국민투표 찬성이 전 세계에 일파만파 충격을 던지고 있다.

아마 세계사에서 이렇게 한 국가의 국민투표가 전 세계의 주목과 우려 속에 치러진 경우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결과는 세계화된 세계에 경제적 충격과 함께 유럽의 정치적 혼란 등 지속적인 파급효과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나비효과란 원래 시간 여행에 관한 소설 '천둥소리(A Sound of Thunder)에서 미스터리 작가인 브래드 버리라는 작가가 1952년에 처음 사용했다. 그런데 이 말을 미국의 기상학자인 로렌츠가 자신의 기상에 관한 연구를 강연하면서 청중을 사로잡기 위해 고민하다 사용하는 바람에 널리 알려졌다.

내용은 이렇다. 로렌츠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상변화를 예측하면서 정확한 초깃값인 0.506127이라는 숫자 대신 소수점 이하를 0.506으로 줄여서 입력했더니 결과에 엄청난 차이가 나타났다. 숫자를 모두 입력하면 기상상태는 토네이도처럼 천둥과 번개가 치는데, 소수점 이하의 사소한 숫자를 생략하면 아주 맑고 쾌청한 날씨인 것으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 정도의 차이라면 '나비의 날갯짓 한 번'에 불과한 차이일 뿐인데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료가 제안한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날까? (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라는 주제를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중남미에서 미국까지 날아가는 나비가 있기는 하다. 수백만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나 이 나비들이 토네이도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토네이도는 수온과 대기가 계절적인 영향을 받아 일으키는 기상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은 사건이나 미세한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나비이론'은 '카오스(Chaos:혼돈) 이론'으로 발전했다. 사소한 듯한 요인이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혼란과 혼돈은 늘 변화하고 반복하지 않는다. 그리고 예측값은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오게 된다.

나비효과는 경제에도 적용된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은 사실은 미국 중서부의 한 작은 은행의 파산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2008년 발생해 아직도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세계 금융위기도 캘리포니아의 작은 금융기관의 파산에서 야기됐다.

또 2011년에 촉발된 경제상황도 나비효과가 적용될 수 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 푸어스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지자 독일과 중국, 한국 등 전 세계 주요국가의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경제성장률도 급격히 떨어졌다.

사태는 이후 유럽연합으로 번져 그리스와 스페인 등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리스는 국가부도 사태까지 빚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나비의 날갯짓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세계 경제에는 토네이도가 불어닥쳤다.

브렉시트도 세계 경제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이미 하나로 묶여있던 유럽연합의 경제공동체의 기능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영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경제권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당장 파운드화의 급락과 달러, 금, 엔화가치의 급등은 금융시장의 패닉을 대변한다. 세계 주식시장의 폭락과 연쇄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판단하기 어렵다.

영국이 세계를 흔드는 왝더독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비슷한 개념으로 '왝더독(Wag the dog)'이란 말이 있다.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것이다. 개가 꼬리를 흔들지만, 오히려 꼬리가 온몸을 흔들게 한다는 것으로 사소한 일이 중대한 일을 결정하게 한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에서 투기성이 강하고 현재 거래보다 미래의 시장을 예측하는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뒤흔들 때 사용한다.

주식시장은 복잡하게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진다. 선물시세가 떨어질 거라 투자한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올라가는 쪽에 투자한 사람도 있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다른 선물 매수자와 매도자, 현물 매수자와 매도자가 엇갈린 투자를 하면서 선물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요동치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는 선물시장이 현물시장보다 시장의 정보에 더 민감하고 한발 앞서 움직이다 보니,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바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브렉시트는 선물이 아니라 곧바로 현물시장을 뒤흔들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의 투표결과가 개장시간에 맞물리는 바람에 주식시장은 곧바로 폭락하고 말았다. 오늘 밤이면 미국과 유럽의 시장들이 줄줄이 폭락장세를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에 공헌하기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움직여온 영국의 이기심은 또 한 번 세계사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캐머런 총리의 재선 공약에서 비롯된 브렉시트가 찬성으로 결론이 나면서, 영국이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나 개의 꼬리 질은 세계의 경제에 엄청난 폭풍우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