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필,.여행기(필리핀)#5 "3가지가 아름다운 천국의 섬" 민도로 섬- 전편
조지네
쪽지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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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1 08:52
등필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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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편/ “3가지가 아름다운 천국의 섬”
민도로 아일랜드(전편)
필자에겐 ‘민도로
섬’ 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그것은 당시 주변 몇몇 사람들이 입에서 극찬한 ‘3가지가 아름다운 천국의 섬’ 에 있는
보트를 타고 가다가 정말 즉음의 문턱까지 간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는 모년 12월24일 성탄절을 맞이하여 현지인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1박2일 여정으로
협력 사역자들과 나선 여행길이었다.
바탕가스 항구에 도착하여 배 시간을 알아보니 이미 마지막 행 노선 배는 떠난 상황이어
어떻게 하나 하고 망설이던 순간, 어수룩하게 생긴 현지인이 한명이 다짜고짜 다가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형 방카를 타고 들어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우리 일행 4명은 겨우 몸을 실을 수 있는 작은 방카(보트)를 타고 늦은
저녁 여섯시에 출발하게 되었다.
동료 사역자 중 한사람은 “좀 위험하지 않냐”며 그냥 바탕가스 시내에서 1박하고 아침
첫배로 들어가자고 했지만, 필자가 내일 현지인 교회 방문 일정을 감안하며 늦게라도
도착해야 하는 상황이라 약간은 편치는 않는 기분으로 작은 방카(보트)에 승선하게 되었다.
그 시간이 벌써 해가 어둑 어둑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출발할 때는 파도는 거의 없었으나 배가 출발하여 중간쯤 달릴 무렵부터
파도가 넘실대며 작은 보트 몸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위험한 상황이 감지되어 구명조끼를 찾았지만, 2명의 보트 맨은 구명 조끼는 필요
없노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이미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에 싸이고, 우리가 탄 배는
작은 풍랑에도 거침없이 질주하며 멀리 보이는 민도로 섬 불빛을 향해 달렸다.
그러기를 잠시 ‘아뿔싸!’ 갑자기 보트의 엔진이 꺼져 버리는 게 아닌가.
섬짓 놀란 나는 ‘무슨 일이요?’하고 다급하게 물었더니
보트 맨 왈 ‘가끔씩 이래요’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 순간 풍랑이 쳐서 바닷물을 뒤집어쓰게 되자, 모두 놀라 어둠 속에 휘둥그레진
서로의 눈만 쳐다보게 되었다. ‘얼마만 더 가면 되요?’ 라고 묻는 동료 사역자 얼굴 표정이
사색이 되어 물어왔다. “아 저기 불빛 보이지요? 이제 거의 다온 것 같아 조금만
참아보세요.” 라고 보트 맨은 대답했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 시간이었다
.배는 다시 시동을 겨우 걸어 출발했지만 언제 다시 엔진이 꺼져 망망대해 한가운데 이
작은 쪽배가 바다 한 가운데 멈춰버릴 지 모른다는 초조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탄 배는 무려 3번 이나 엔진이 꺼지는 상황이 반복 발생하였다.
엔진이 꺼지는 순간마다 보트는 더욱 심하게 좌,우로 흔들려 바닷물이 철석 거리며
우리들 온몸을 휘갈겼고 지나가는 큰 배의 물살이 우리 작은 보트를 밀고 지나가곤 했다
엔진이 꺼지는 그 시간은 그야말로 절망의 시간이었고 우리들은 서로 몸을 부둥켜 안고
애절하게 기도 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절박하게 기도해 본적이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절대 절명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면서 민도로
섬에 도착한 것은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한다던 보트 맨의 이야기와는 달리 두 시간을 훌쩍 넘어 밤 9시경. 긴장했던 가슴을
쓸어 내리며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장소는 ‘레드 썬’이란 비치 호텔이었다. 바닷가를 바라보며 지어진 이 호텔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들은 지난 시간 악몽 같았던 기억들은 언제 달아나 버렸는지 곧장
호텔방과 연결된 베란다로 나가 은하수가 부서져 내리는 밤하늘과 밤바다를 바라보며 추억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필자가 후일 이 민도로 섬 여행담을
나눌 기회가 어느 지인과 있었는데 그 친구 왈 “진짜
무식하고 용감했군요. 필리핀에서는 프라이빗 보트는 해진 시각 이후엔 절대 타면 안되요.
출발 전에는 그리 파도가 없었다고 하는데 보통 항구에 접안한 지역은 그렇게 파도가
없지만 바다 중앙으로 나가면 조그만 파도도 더 세차게 치는 법이어서 조그만 배는 더욱
위험 천만이에요. 그리고 구명 조끼도 확인하지도 않고 배를 타 다니요. 참 필리핀 여행에
대해서는 초짜이시네요. 프라이빗 보트 맨들을 어떻게 믿고 탔어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물고기
밥이 될지도 몰라요,”
친구처럼 지내는 그 사람은 나의 여행담에 거침없이 쏘아대고 정색하면서 주의를
일깨워주었다. 정말 그때 그 순간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온몸이 오싹해졌다.
그래도 우리 일행이 여행 겸, 봉사활동 겸 간 그곳 민도로 섬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로 평생 간직하고 있다.-후편에서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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